지브리 팬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그 장소.
나도 언젠가 꼭 가봐야지 하고 수년째 마음속에만 담아뒀던 곳이었다.
올해 도쿄 여행 일정을 잡으면서 이번엔 진짜 가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예약 단계부터 깨달았다.
지브리 미술관 예약, 이게 제일 큰 관문이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현장에서 사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가 검색 5분 만에 멘붕이 왔다.
지브리 미술관은 현장에서 티켓을 절대 팔지 않는다.
반드시 사전에 온라인으로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한국인에게는 쉽지 않은 예매 절차

사진 출처 (cgland)
일본 국내 구매는 로손 티켓 공식 웹사이트에서만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JTB 그룹 해외 대리점이나 로손 티켓 영어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발매 규칙이 꽤 독특한데, 매달 10일 오전 10시에 다음 달 입장분 티켓이 일제히 풀린다.
예를 들어 3월 10일이면 4월 치가 열리는 방식이다.
주말이나 공휴일 표는 발매 시작 수십 분 안에 완매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나는 10시 정각에 알람까지 맞춰두고 기다렸다.
결론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긴장에서 손에 땀이 찰 정도였다.
입장 시간도 직접 골라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7회 슬롯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며, 지정 시간으로부터 1시간 이내에 입장해야 한다.
구매 후 날짜 변경이나 환불은 일절 안 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여야 한다.
티켓이 기명식이라 내 이름이 티켓에 찍혀 나오고, 입장 시 신분증 확인도 거쳐야 한다.
다만, 입장 요금은 성인 기준 1,000엔으로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랐다.
미타카역에서 미술관까지 가는 방법

사진 출처 (cgland)
미술관 주소는 도쿄도 미타카시 시모렌자쿠 1-1-83로, JR 주오선을 타고 미타카역 남쪽 출구로 나오면 된다.
역에서 미술관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타카역 남구 앞에서 출발하는 코코버스를 타는 것으로, 편도 220엔에 5분이면 닿는다.
다른 하나는 이노카시라 공원을 걸어서 가로지르는 방법으로, 15~20분 정도 걸린다.
나는 당일 날씨가 좋아서 걷기로 했는데, 이게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참고로 미술관 전용 주차장이 없으니 차로 가는 건 처음부터 포기하는 게 좋다.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화요일이 정기 휴관일이다.
공휴일인 화요일은 열기도 하고, 연 2회 정도 장기 메인터넌스 휴관도 있다고 한다.
되도록 방문 전에 공식 홈페이지 캘린더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입장 티켓부터 받게 되는 감동

사진 출처 (tripomatic)
입구에서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티켓을 건네받았는데, 순간 탄성이 나왔다.
일반적인 종이 티켓이 아니라, 지브리 영화의 실제 필름 3컷을 잘라 만든 필름 입장권이었다.
빛에 비춰보니 내 티켓엔 ‘마녀 배달부 키키’ 장면이 담겨 있었다.
함께 간 친구 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다. 덕분에 서로 비교하면서 입구에서부터 즐거운 기분이 됐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이야기를 담는 방식이 미술관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길을 잃자’는 콘셉트 그대로의 공간
도쿄 지브리 미술관의 공식 콘셉트는 ‘함께 길을 잃자’였다.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들어서고 나서야 정해진 관람 동선이 없다는 걸 알았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그냥 발 닿는 대로 돌아다니면서 전시물을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처음엔 살짝 당황스러웠는데, 5분쯤 지나니 그 자유로움이 오히려 즐거워졌다.
촬영 금지라는 아쉬움

사진 출처 (cgland)
내부 촬영은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다.
처음엔 아쉬웠는데, 얼마 안 가 그 판단이 옳았다는 걸 느꼈다.
막상 카메라를 내려놓고 나니 눈으로 보는 것에 훨씬 집중하게 됐다.
상설 전시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스케치, 셀화, 배경화 같은 것들이 가까이에 전시되어 있어서, 지브리 작품의 제작 현장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에 담긴 토토로와 키키를 봤을 때는 괜히 발이 멈출 정도였다.
기획 전시는 매년 5월을 기준으로 내용이 바뀐다고 하니, 같은 곳을 여러 번 찾는 것도 팬들에게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고양이버스실, 토성좌, 옥상 정원 – 이 세 곳은 꼭 챙기자

사진 출처 (cgland)
2층 고양이버스실에 들어섰을 때, 옆에 있던 꼬마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그쪽을 보니,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그 고양이버스가 거대한 봉제 인형으로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버스 안으로 들어가는 건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만 가능해서 나는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뭉클했다.
지하 1층 토성좌에서는 지브리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단편 애니메이션을 상영한다.
입장권 한 장에 단편 한 편 관람이 포함되어 있으니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말자.
나는 여기서 10분짜리 단편을 봤는데, 짧지만 지브리 특유의 감성이 가득 담겨 있어서 상당한 감동을 받았다.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허용된 공간
옥상 정원은 미술관에서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허용된 공간이다.
나선 계단을 올라가면 탁 트인 정원이 나오고, 그 한가운데 ‘천공의 성 라퓨타’의 거신 로봇병이 풀 속에 우뚝 서 있다.
말없이 서 있는 그 모습이 영화 속 장면과 겹쳐지면서 마치 작품 안에 있는 기분이 되었다.
줄이 꽤 길기는 했지만, 유일한 포토존인 만큼 기다리는 보람이 있었다.
카페와 기념품 숍도 놓치지 말아야 할 탐방 코스
관람을 마치고 카페 ‘무기와라보시(밀짚모자)’에 들어갔다.
유기농 재료로 만든 카츠산도와 케이크를 팔고 있었고, 야외 테라스석도 있었다.
맑은 날 테라스에서 먹는 한 끼는 그 자체로 작품의 한 장면이 되는 것 같았다.
기념품 가게의 퀄리티도 뛰어나

사진 출처 (st-news)
기념품 숍 ‘맘마유트’에서는 미술관 한정 굿즈를 살 수 있다.
핀 배지, 손수건, 스티커, 캐릭터 장식품 등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아이템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온라인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한정 상품들이 많아서 예산을 넉넉하게 잡아두는 게 좋은 편이었다.
나는 예산을 살짝 초과했는데도 오히려 돈을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 코너에는 지브리 관련 서적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추천한 책들이 있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서도 한참 머물게 될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는 총평
어른과 아이가 각자의 방식으로 감동받는 공간이라는 후기가 공감이 갔다.
나는 제작의 디테일 앞에서 아이들은 고양이버스 앞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내부 촬영이 전면 금지라 손이 계속 근질근질했던 건 사실이다.
주말이라 단편 영화 관람 전후로 대기 시간이 생겨서, 인기 있는 전시물 앞에서는 한참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가능하면 평일 오전 일찍 입장하는 게 가장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인 듯하다.
글을 마치며
영상 출처 (travelerteddy)
그럼에도 공간의 아름다움과 추억이 주는 만족감은 상당하다.
필름 티켓 한 장, 빛이 드는 스테인드글라스 한 조각, 풀 속에 서 있는 로봇 한 기.
그것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집에 돌아온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지브리 팬이라면 한 번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라는 말이 절대로 과장이 아닌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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