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면을 쓴 검은 그림자, 가오나시를 기억하시죠?
2001년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 애니메이션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죠6.
손에서 끊임없이 금을 만들어내며 온천장 직원들을 현혹했던 씬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명입니다.
그런데 그 금이 사실 진짜가 아니었다는 충격적인 설정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가오나시가 만든 금의 진실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장면에 대한 분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가오나시 금의 충격적 진실

사진 출처 (fnnews)
영화 속에서 가오나시가 뿌리는 금은 진짜 순금이 아니라, 흙을 사금으로 연성한 일종의 환술이었습니다.
강력한 마녀인 유바바조차 처음에는 진위를 구분하지 못했죠.
작중에서 강의 신이 떠난 자리에 남긴 진짜 사금을 발견한 장면이 나옵니다.
종업원들이 환호하며 한 톨이라도 더 가져가려 아우성치죠.
관리자는 “손대지 마, 온천장 재산이야”라며 욕심을 부립니다.
이 장면을 본 가오나시는 금의 위력을 깨달았습니다.
손에서 가짜 사금을 만들어 종업원들 앞에 흩뿌렸죠.
그러자 개구리 종업원이 “금이다! 사금이다!”라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순식간에 온천장 전체가 가오나시를 귀빈으로 모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진짜가 아닌 환상에 불과했습니다.
물질만능주의를 꼬집는 은유
영상 출처 (백수골방)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가오나시 금을 통해 현대 사회를 비판했습니다.
돈과 물질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탐욕을 신랄하게 그려냈죠.
가짜든 진짜든 상관없이 금만 보면 눈이 멀어버리는 모습입니다.
본질보다 겉모습에 현혹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었죠.
종업원들은 가오나시가 사람을 삼키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금을 탐냈습니다.
“에헤라디야, 이 세상 제일이로세! 부자 나리가 납시었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환대했죠.
유바바마저 “자, 주운 사금을 전부 내놓거라”라며 욕심을 드러냅니다.
돈욕심이 많은 그녀의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었죠.
권력자도 물질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가오나시의 행보

사진 출처 (anewsa)
가오나시는 처음부터 악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외롭고 자아가 없는 요괴로, 처음에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준 치히로에게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문을 열어주고 약패를 건네주었지만, 온천장이라는 욕망의 공간이 그를 변질되었습니다.
금으로 관심을 살 수 있다는 걸 깨닫자 그는 개구리 종업원을 시작으로 여러 직원을 삼켜버렸습니다.
개중 치히로만이 가오나시 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다른 종업원들과 달리 물질에 흔들리지 않아던 것이죠.
치히로는 강의 신에게 받은 쓴 경단을 가오나시에게 먹였습니다.
가오나시는 삼켰던 모든 것을 토해내며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죠.
작아지고 얌전해진 가오나시는 치히로를 따라 제니바의 집으로 갑니다.
욕망 없는 시골 마을에서 평화를 되찾은 것이죠.
온갖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던 이전과 달리 얌전히 차를 마시고, 제니바의 뜨개질까지 도왔습니다.
가오나시 탄생 비화와 제작 뒷이야기

사진 출처 (joongang)
가오나시는 원래 시나리오에 존재하지 않았던 캐릭터입니다.
제작 과정에서 우연히 탄생한 뜻밖의 산물이었죠.
“지금 상태면 러닝타임이 3시간을 넘는다”는 지적을 받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스토리를 대폭 축소하거나 개봉을 1년 늦춰야 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는 제3의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스토리를 함축하는 강렬한 캐릭터를 창조하기로 한 것입니다.
감독의 시선은 이미 완성된 그림 콘티 한 장면에 머물렀습니다.
치히로가 처음 온천장에 들어가는 장면의 난간 옆이었죠.
그곳에 아무런 대사도 역할도 없는 엑스트라 캐릭터가 서 있었습니다.
검은 그림자에 하얀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존재였죠.
그 순간 감독은 이 캐릭터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겠다고 직감했습니다.
미야자키 감독은 훗날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영상화했을 때 그 캐릭터의 이상한 존재감이 신경 쓰였다”고 말이죠.
가오나시로 인해 변화한 전개

출처: 페이스북
원래 계획은 치히로가 온천장에서 유바바를 타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에 더 강한 배후가 나타나 하쿠와 힘을 합쳐 싸우는 전개였죠.
하지만 하아요는 가오나시와 치히로의 관계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림 콘티를 처음부터 다시 짜기 시작한 겁니다.
가오나시의 초기 디자인은 지금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모습을 한 요괴로 구상되었다고 하죠.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극도로 절제된 디자인을 선택했습니다.
검은 그림자와 흰 가면, 가장 미니멀한 조합이었습니다.
이름도 의미심장하게 지었습니다.
일본어로 ‘가오’는 얼굴, ‘나시’는 없음을 뜻하죠.
영어 이름 ‘No-Face’도 이를 직역한 것입니다.
이는 자아가 없는 현대인을 상징하는 이름이었습니다.
최고의 마스코트로 부상한 가오나시

출처: 인사이트
이후 가오나시는 주인공 치히로를 능가하는 인기 캐릭터가 되었죠.
우연히 탄생한 캐릭터가 영화 전체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겁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인터뷰에서 가오나시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자아가 없고, 만나는 사물과 사람에 따라 계속 변하는 존재”라고 말이죠.
또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 자기 자신은 없는 현대인을 상징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외로움과 물질 탐욕으로 얼룩진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겁니다.
가오나시 짤 : 끝없이 생성되는 밈

사진 출처 (joongang)
가오나시는 주인공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독특한 외형과 강렬한 존재감 덕분에 각종 패러디 소재가 되었죠.
할로윈 시즌이면 어김없이 가오나시 분장을 한 사람들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2018년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김민수 선수가 가오나시로 분장해 화제가 됐었죠.
일본에서는 버츄얼 유튜버의 열성 팬을 카오나시로 부릅니다.
캐릭터에게 후원금을 보내는 모습이 치히로에게 금을 건네는 장면과 닮았다는 이유죠.
202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인터넷 방송 도네이션 문화를 비꼬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오나시 짤은 SNS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됩니다.
외로움을 표현할 때, 물질 탐욕을 풍자할 때 자주 사용되죠.
“아… 아…” 하는 가녀린 목소리도 밈으로 활용됩니다.
이후로 각종 예능과 광고에서도 오마주되며 대중성을 인정받았죠.
개봉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캐릭터입니다.
글을 마치며
가오나시 금은 진짜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욕망은 진짜였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본질을 놓치는 현대인을 날카롭게 꼬집었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2001년 작품임에도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입니다.
물질만능주의가 심화된 현재 사회에서 가오나시의 메시지는 더욱 심오합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고 겉치레에 현혹되는 모습이죠.
외로움을 돈으로 메우려는 시도는 결국 허망함만 남긴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20년 넘게 사랑받는 가오나시, 그 인기의 비밀은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